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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8 ...
  2. 2016.06.04 2004년의 어느 날.
  3. 2016.06.04 아주 오래전에 어딘가에 끄적거렸던
  4. 2016.06.04 조말론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5. 2016.06.02 지금 이 느껴지는 색깔이
  6. 2016.06.01 ...
  7. 2016.06.01 ...
  8. 2016.06.01 ...
  9. 2016.06.01 유호진 PD의 글.
  10. 2016.05.23 -김경미, 다정이 나를

...

2016. 6. 8. 15:22

아침 일곱시에 걸려온 전화.


너는 목이 많이 잠겨있었고
술취한듯 나른한 목소리로 
나에겐 단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얘기들을 웅얼거렸다.


나는 출근이 바빠 서두르고 있었고
아침을 먹기 위해 오랜만에 후라이팬을 인덕션 위에 올려놓고
휘저어도 나올것 없는 냉장고 손잡이를 쥐었을때
너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지지직 거리는 너의 목소리.
네가 말하고싶었던 것에 대해 의미없이 울려펴지는 '이해'라는 단어.
우린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알고있는지,
그 깊이에 대해선 관 속에 들어갈 그날까지도 모를것이다 아마.
아마도.


네 얘기를 끝까지 들어줄때까지 기다릴수 없다며
연신 초조해하며 시계를 쳐다보는 내옆의 나.
'미안한데...'로 시작되는 나의 목소리.


그때 느낀 감정은 미안함 보다는 나에 대한 짜증과 환멸.
뭐, 이게 네가 듣고 싶었던 그 한마디는 아니겠지만,
아니. 아니겠지.만


우리의 관계정립은 어디부터 다시 풀어나가야할까..
네가 느꼈던 소외감과 빈자리는
같은 시간에 내가 느꼈던 소외감과 빈자리와
번지수가 너무 많이 어긋나 있다.


겪어보지 않아 공감할순 없겠지만
네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어떻게든 누군가의 짐이 되고싶지 않다는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조급하게 종종걸음을 치며
뒤도 한번 안돌아보던 그런 사람에 더 가깝겠지만
네 마음이 허락한다면,
비가 오는 파리의 밤에, 너와 같이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2004년의 어느 날.

2016. 6. 4. 17:14

조리개값 F8 , 셔터스피드 1/500.
햇빛을 등진 너의 모습은 검은 실루엣으로 남았다.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필름 한컷을 감았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 손에 쥐고 있는 너의 마지막 뒷모습.


이런 남자 좋아

머리 긴 남자
수염의 미학을 알고있는 남자
'두더지' 를 감명깊게 읽은 남자
왕가위와 무라카미류를 좋아하는 남자

팔의 라인이 멋진 남자
손가락이 예쁜 남자
술좋아하는 남자
적당한 smoker


이게 24살의 내가 썼던글인데

소오오오오름......취향 참 한결같네 ㅋㅋㅋ


최근에 새로 산 향수중에서 가장 만족.

회색빛 하늘 밑을 걷다가 문득 맡는 싱그러운 나무냄새 한줄기.

딱 그런느낌.

지금 나를 감싸고 있는

느른한 파도같은 색깔이

나를 휘저어놓고 허투루 헤집어놓았다가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다시한번 나를 휘저어놓는다.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지는 자극받는 기억들.

잊은줄 알고 지냈지만 그들은 내안에서 잠들어있었을뿐이라고.


그들을 깨워준 너에게 감사해.

이젠 그들에게 휩쓸리지않고 어느정도 다룰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서

그들을 깨워준 너에게 감사해.


지금 느껴지는 이 색깔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한없이 불안해서 반대로 힘껏 뛰어가지만 너무나 애틋해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만드는.

...

2016. 6. 1. 16:46

뭐라는건지 참.


스위치가 쉽사리 눌려지지않는 날이다.

골치아픈 날에는 알콜의 힘으로 도망가는게 제일이지.


...

2016. 6. 1. 12:44

나의 세계가 너라는 세계를 만남으로서 더욱 확장되기를.

그리고 그 확장됨에 불안해하거나 내가 겁먹을때,

당신이 내 손을 꼭 잡아주기를.


...

2016. 6. 1. 12:41

나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에는 불안감과 자기혐오가 깔려있다.

그것들의 색은 탁한 심해의 색과 닮아있다.

0의 화이트와 100의 블랙이 있다면 92정도 되는 그레이의 컬러.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감각만을 만족시키는 ... 사랑을 했었다.

한바탕 시간이 지나고 깊은 밤이 되도록

같은 공간에 떠다니는 타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그것들은 대개 92 그레이의 컬러로 엉겨붙어서 몇번이고 씻어내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투박하지만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을 말하는 너의 목소리가 투명하게 공기속에 스며들었다.

너의 목소리는 나를 해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공기를 깨뜨리지 않고 스며드는 목소리가 또 듣고 싶어서

일부러 나는 네 말을 못들은척, 몇번이나 되물어 봤다.


타인이 살갗을 통해 스며든다....라는 감각이 신기하다.

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뿌연 안개같은 그사람의 이미지가 형체를 가지게 되고

그 형체를 통해 상대방을 보고, 듣고, 인식을 했다면

안개로도 채 뭉치지 못한 입자 그대로의 너.자체로 스며들었다.


네가 스며든 시간이 따뜻해서 나는 자꾸만 잠이 왔다.



유호진 PD의 글.

2016. 6. 1. 12:24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그런걸 나는 알게 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 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결혼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혹독히-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다양해서-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 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