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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1. 12:41

나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에는 불안감과 자기혐오가 깔려있다.

그것들의 색은 탁한 심해의 색과 닮아있다.

0의 화이트와 100의 블랙이 있다면 92정도 되는 그레이의 컬러.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감각만을 만족시키는 ... 사랑을 했었다.

한바탕 시간이 지나고 깊은 밤이 되도록

같은 공간에 떠다니는 타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그것들은 대개 92 그레이의 컬러로 엉겨붙어서 몇번이고 씻어내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투박하지만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을 말하는 너의 목소리가 투명하게 공기속에 스며들었다.

너의 목소리는 나를 해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공기를 깨뜨리지 않고 스며드는 목소리가 또 듣고 싶어서

일부러 나는 네 말을 못들은척, 몇번이나 되물어 봤다.


타인이 살갗을 통해 스며든다....라는 감각이 신기하다.

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뿌연 안개같은 그사람의 이미지가 형체를 가지게 되고

그 형체를 통해 상대방을 보고, 듣고, 인식을 했다면

안개로도 채 뭉치지 못한 입자 그대로의 너.자체로 스며들었다.


네가 스며든 시간이 따뜻해서 나는 자꾸만 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