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GXR + 28mm
옥상
돌이켜보면
빨래를 널은 그림자가 성큼 내 기억속으로 들어온건
2003년의 어느 가을날이었었다.
그때도 여전히 9월이었고
하늘은 파랗고 맑았고
나는 한없이 외로웠다.
바람에 날리는 빨래 그림자처럼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삶의 한자락이 후루룩- 날아가버리길 간절이 원했었다.
사는게 너무나 남루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그때의 기억이
가을 하늘아래 햇빛을 타고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옥상에 갓 빨래가 끝난 젖은 이불을 널어 말리면서
느지막히 젖어드는 -약간은 따가웠던- 넉넉한 햇빛을 받으면서
담배를 한대 물었을때
문득 이게 내 삶의 지리멸리한-싫지만 결코 떼어낼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던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난,
탁 트인 하늘 아래서 빨래를 널때마다
시계를 되돌려 2003년의 가을 하늘속의 나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