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는 노트,
4월이 되면 그녀는
rusi
2011. 6. 8. 14:36
-술집을 바꾸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다른 데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돈을 지불하는 일련의 행위 때문에
흥이 깨지는 게 싫을 뿐이다. 일어나는 순간 남자가 "아, 역시 그만 가야겠어, 전철이 끊길것 같아" 라고 말할수도 있다.
그것이 슬프다. 나는 불량소녀처럼 한없이 마냥 놀고만 싶다. 이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란다. 상대가 그저 단순한 친구라도
같이 마시던 남자가 가버리면 견딜수가 없다.
-취기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이미 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타성으로 한 잔 더 주문한다.
잔에 술이 담겨 있는 동안은 헤어져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그런 기분이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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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맞춰서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리 저리 밀려서 5월에 읽게 된 다구치 란디의 단편집.
개인적으로 맨 첫번째 단편인 "아카시아비를 맞으며"가 제일 좋았다.
술을 좋아하고 매우 자주 마시고 그러면서도 끝없이 고독해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문장들.
처음엔 홍대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읽었고,
다음번엔 아직 덜말라 축축해진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읽었고,
세번째 읽을때엔 조용한 술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읽고 싶어졌다.
대출해서 읽은 후 구매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