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2016. 7. 17. 20:55
너무나 오랜만에 온 교보문고는
생각보다 많이 변했네.를 넘어
내 기억속의 교보와 하나도 닮지않은 모습이었다.
놀라움을 넘어서 뜨악해진 감정을 추스리다
문득 교보문고가 낯설어졌다.

좀더 많이 둘러볼까 하던 처음의 마음이 사라지고
낯선이의 집에 온것 처럼 빨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스무살 혹은 스물한살,처음으로 알바한 돈으로 사고싶은 만큼 양껏 책을 골라 낑낑대며 스무권의 책을 들고 집에 돌아간 이후로 나는 교보를 오지않은것만 같다.

내 기억속의 교보는
열몇살때부터 스무살초반까지
할일없는 일요일이면 으레히 버스를 타고 종로에서 내려서 걸어가던 그 거리 입구옆의 버거킹을 지나
통로 양옆 주르륵 걸린 초상화들을 지나
들어가면 영화 엽서를 팔던 아트 코너를 지나
소설 코너로 진입하던 그때의 교보.

스무살 초반 연애하던 남자친구와
교보 옆과 뒤의 미로같은 골목을 지나
이강순 실비집을 가거나
수제맥주를 팔던 호프집으로 가던 기억들.
늦은 밤이었지만 바람은 부드러웠고
내이름을 불러주는 너의 목소리에 조금 짜증을 내다가 술취한 당신이 안쓰러워 셔츠깃을 만져주던, 그때의 기억이 묻어있던 교보.
안녕.

아마 이 공간을 다시 좋아하기까지
조금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