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
rusi
2016. 6. 8. 15:22
아침 일곱시에 걸려온 전화.
너는 목이 많이 잠겨있었고
술취한듯 나른한 목소리로
나에겐 단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얘기들을 웅얼거렸다.
나는 출근이 바빠 서두르고 있었고
아침을 먹기 위해 오랜만에 후라이팬을 인덕션 위에 올려놓고
휘저어도 나올것 없는 냉장고 손잡이를 쥐었을때
너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지지직 거리는 너의 목소리.
네가 말하고싶었던 것에 대해 의미없이 울려펴지는 '이해'라는 단어.
우린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알고있는지,
그 깊이에 대해선 관 속에 들어갈 그날까지도 모를것이다 아마.
아마도.
네 얘기를 끝까지 들어줄때까지 기다릴수 없다며
연신 초조해하며 시계를 쳐다보는 내옆의 나.
'미안한데...'로 시작되는 나의 목소리.
그때 느낀 감정은 미안함 보다는 나에 대한 짜증과 환멸.
뭐, 이게 네가 듣고 싶었던 그 한마디는 아니겠지만,
아니. 아니겠지.만
우리의 관계정립은 어디부터 다시 풀어나가야할까..
네가 느꼈던 소외감과 빈자리는
같은 시간에 내가 느꼈던 소외감과 빈자리와
번지수가 너무 많이 어긋나 있다.
겪어보지 않아 공감할순 없겠지만
네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어떻게든 누군가의 짐이 되고싶지 않다는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조급하게 종종걸음을 치며
뒤도 한번 안돌아보던 그런 사람에 더 가깝겠지만
네 마음이 허락한다면,
비가 오는 파리의 밤에, 너와 같이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