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빨강과 노랑 사이, 최문자
rusi
2014. 2. 5. 10:21
사랑은 어느 쪽으로 걸어가도 깜박거렸다 깜박거릴 때마다 그 각을 재어보고 싶었지만 깜박거림은 살아있는 것이라고 따뜻한 것이라고 빨강과 노랑 사이라고 거기 점멸하는 주황 그것들을 그냥 이해하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이해’ 라는 말, 하루 종일 만지작거려도 아무 이해도 돋아나지 않았다 사랑의 대부분은 비명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불꽃이 직각으로 서있다 넘어지는지 어느 쪽으로 눕혀놔도 빨강과 노랑 사이는 가지도 오지도 말라고 깜박거릴 뿐 각이 없었다 아프고 멍한 발들이 찌르르 저려오는 곳 사랑은 이상한 눈빛과 툭툭 부러지는 이별을 가진 주황색 점멸등 뒤집어놔도 깜박거렸다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밤 나는 가장 캄캄한 순간에 오래 깜박거리던 그의 손목을 놓았다 사랑의 뒤쪽 허술한 어느 한층에 불이 나갔다 어둠을 쓰다듬어야 하는 사랑은 더 무서울 것이다 여러 번 혼절했다 깨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