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쓰러진 것들을 사랑하여, 이승희
rusi
2014. 2. 5. 10:20
나는 멀리로 던져졌고, 물속으로 돌멩이처럼 가라앉았다. 집나간 마음은 며칠 째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쓰러질 곳이 없었으므로 나는 종일 잠을 잤고, 또 잤고, 죽을 때까지 자고 싶었다. 마음 없는 나는 비로소 내 몸 안에 들었다. 상처난 마음자리마다 춤추며 걸어 다녔다. 핏줄을 열고 들어가 까무룩 잠들었다. 아직 따뜻하고 뭉클해. 사막 같았던 내 눈빛이 있던 자리 어디였을까.
내 곁에 마음 없이 누운 것들의 이름을 묻는다. 너는 누군데… 밥은 먹고 자는 거야? 지난밤의 이야기는 너무 슬퍼서 내 손바닥은 가시처럼 거칠어졌고, 그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울었구나? 마음도 없이 울었구나. 수치스런 사랑의 기억이 낡은 가구처럼 그립다면 넌 잘못 살고 있다는 말이야. 착하게 떠나간 사랑을 쫒아가 긴 칼을 심장에 박아 넣으면 조금 나을까. 조금씩 다친 것들의 얼굴에서 자라는 동굴 같은 방.
재워주고 싶어.
너도 혼자 있고 싶은 게로구나. 이제 그만 저 구석의 마음이나 데리고 나를 떠나고 싶은 거로구나. 가엾은 것들, 그래서 자꾸만 낯선 여행자의 얼굴로 돌아보는 거니? 네가 떠날 동안 나는 지리멸렬한 구름에나 대고 욕을 내뱉겠지. 잘 말린 눈물이 다시 싹틀 때까지. 불안한 여름을 긁어대겠지. 오늘 새로 지구로 떨어진 먼지처럼 낯설게 울어봐야겠지. 백합을 들고 사라진 그 여름밤을 기억하라고 속절없이 무너지던 밤을 울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