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2011. 12. 2. 00:44
나와 같이 술을 마시는 상대가
나와 비슷한 주정뱅이였으면 좋겠다.

알코올이 혈관을 돌면서
내 기분은 떠오르고
나의 슬픔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눈이 젖어들면서
나처럼 슬픔이 가라앉길 바란다.

반짝거리는 눈빛을 한 상대와
마주보며 술마시기란
생각보다 꽤 불편한 일이라서.

나는 당신이 주정뱅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가라앉아
나른해진 목소리로 쓸데없는 얘기를 지껄였으면 좋겠어.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별로 기억도 나지않을 만한-그런 얘기를.

주정뱅이 특유의
위엄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목소리는 나른해지고
어딘가 서로 미묘하게 비껴가는 시선으로 마주보면서
잊어도 좋을, 그런얘기를 하는

술자리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