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2011. 11. 24. 23:31
오후 세시의 겨울 햇살은
나른하면서도 뿌옇게 손끝에서 바스라졌다.
어딘가 김빠진 맥주같은 햇빛이 자꾸만 스며드는
버스의 뒷자리에서,

나는 울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손끝의 솜털마저 슬픔과 공명하는
진동을 느끼면서
나는 울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이
하도 깊고 푸르게 빛나서
마치 바다같이 보였다.
차갑고, 깊게 나를 끌어당기는 겨울 바다처럼.

혼자 드는 술잔은
너무나 차갑고 맑아서
취하기를 기대했던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지않고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않아
집으로 걸어가는 밤.

내일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