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2011. 11. 23. 13:15
잠결에 눈부신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온다.
잠에 취한 텁텁한 목소리로
짜증을 내기 직전의 신음을 입으로 흘려내리려 하는 순간

당신이 나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엄마의 손길처럼 당신의 손의 체온이 
내 목 바로 아래에서부터 흘러내려 내 발까지 가 닿는다.

엄마의 엄마가 결혼할때 해오셨다는
몇십년된 솜이불은
당신의 체온을 만나 내 몸을 덥혀준다.

혹시라도 찬바람이 들어갈까
당신은 이불 귀퉁이까지 꼼꼼히 접어 내 발 밑으로 밀어넣는다.
웅얼대며 여전히 잠에서 깨지 못하던 나는
왈칵 서러워진다. 내가 가지지못한 기억을 당신은 서른살이 넘은 내게 처음으로 전해준다.

그래서 늘
당신이 고맙고,감사하고,애처롭다.

한번도 가져보지못한 감정 앞에 맞닥뜨리게 될때
내가 할수 있는 것은 고작
모른척 끙끙대며 옆으로 돌아눕는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