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꿈 속에서 꿈을 꾸다.

rusi 2011. 10. 9. 09:49
할머니가 돌아가신 때의 꿈을 꾸다.
꿈 속에서 할머니는 아직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꿈속에서 나는 햇살이 빛나고 벚꽃잎이 휘날리는 4월의 길을 다시한번 뛰었다.
꿈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거봐,역시 거짓말이었어.할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어.

꿈속에서 할머니는 아직 정신이 말짱하니 계셨고, 말씀도 하실수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할머니의 앙상한 손을 꼭 끌어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좀 차갑긴 했어도 확실히 온기가 남아있는 손이었다.
가슴이 터질것처럼 벅차게 부풀어올랐다.
다신 후회하지 않아, 나는 지금 할머니 곁에있다, 그리고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다...
내 기억속의 평소모습 그대로 , 지금 내눈앞에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을수 있어. 지금 이렇게 손을 꼭 잡고
다시한번 바라볼수 있으니까.

그것이 꿈이라는것을
꿈속에서 알아챈 순간

어...? 하고 생각하는것보다
먹먹한 가슴의 고통이 먼저 짓눌렀다.
이건 꿈인데, 분명 꿈인데,
꿈에서 깨어나면 다 잊어버릴텐데.
꿈이라는 상실감에 , 내게 주어졌던 할머니를 볼 기회가 깨져나갔다는 슬픔에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결국 소리내서 꺽꺽 울어버렸다.

그리고 또한번 꿈에서 깨어나보니
축축해진 베갯잎과 소리지르며 울고있는 잠에 취한 나.

꿈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슬픔으로 가득찬 마음.
젖어버린 베갯잎.